David Fedman, Eleana J. Kim, and Albert L. Park, eds., Forces of Nature: New Perspectives on Korean Environment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23), 258 pp.
1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서평 대상: David Fedman, Eleana J. Kim, Albert L. Park, Forces of Nature: New Perspectives on Korean Environments, Ithaca, Cornell University Press, 2023, 258
본서는 코넬 대학교 출판부의 “동아시아의 환경” 도서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이는 영어권 학계에 한국의 환경에 대한 인문사회학 연구를 알린다는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리즈의 편집위원이자 본서의 편집자들은 한국의 환경, 문화에 대한 역사, 인류학 연구를 해 온 이들로, 데이비드 페드먼(David Fedman)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의 일본 제국 임업사를 다룬 Seeds of Control을, 엘리나 김(Eleana J. Kim)은 한국 DMZ의 환경과 정치에 대한 민족지 연구인 Making Peace with Nature를 출간한 바 있으며, “동아시아의 환경” 시리즈의 창간자인 앨버트 박(Albert L. Park)은 근대 한국의 환경운동에 대한 역사서를 집필하고 있다.1
페드먼이 서론에서 밝히듯, 이 책의 분명한 문제의식은 그동안 식민지, 분단, 권위주의 등을 주요 주제로 다뤄 온 한국학 연구에서 “인간 활동이 펼쳐지는 배경으로만 취급받던 환경”을 “분석과 주장의 중심부로 가져오는”(5) 것이다. 이는 본서 제목의 다층적인 의미와도 연결되는데, 본서는 홍수, 가뭄, 이상 기후 등 “자연의 힘”(4)이 어떻게 인간사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반대로 다양한 단위의 인간 집단이 어떤 힘을 동원해 한국의 환경을 형성시켰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래의 본문에서 밝히겠지만, 본서는 몇 가지 분석의 초점을 갖고 있다. 분석 단위의 측면에서 본서는 국가 중심의 서사를 넘어서 지역적 특수성과 다양성을 드러내고, 농업 공동체,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활동을 그린다. 또한 방법론적 측면에서 본서는 환경에 대한 학제 간 연구를 강조하며 다각적 방식(multi-modal approaches)의 분석을 보여주는데, 역사, 민족지 연구뿐 아니라 예술 작품에 대한 시각 분석, 생태 비평(eco-criticism) 등 다양한 접근을 포함하고 있다.
환경의 복잡다단함을 반영하듯 본서는 총 4부, 10장으로 구성되어 시간상으로는 전근대 시기부터 현대를, 공간적으로는 한반도의 숲과 강, 섬, 농촌과 도시 등을 다룬다. 그 안에서 각 장은 물질적, 비물질적 요소의 경계를 가로질러, 환경과 상호작용을 해 온 인간 및 비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사례들을 전달한다.
1부 “제국적 개입”은 아시아의 두 제국(몽골과 일본)의 개입이 한반도의 생태적 지형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소개한다. 존 리(John S. Lee)는 13세기 몽골 제국(원나라)의 고려 침략이 제주도와 한반도의 남서부 경관에 미친 장기적인 영향을 기술한다(1장). 몽골은 일본 침공을 위한 기지로서 제주도와 한반도 남부에 말 목장을 조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도입된 몽골의 말은 한국 토착종과 교배되어 제주마를 탄생시켰다. 몽골은 또한 함선을 축조하기 위해 당시 한반도에 풍성했던 소나무림으로부터 목재를 공급받았다. 이러한 경관과 자원 활용의 변화는 몽골이 물러간 이후에도 한반도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제주마는 조선의 군사 및 이동 수단, 명나라에 바칠 조공품 등으로 활용되었고, 조선 초기부터 관료들은 선박ㆍ건축 자재로 활용될 소나무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시책으로 숲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금산(禁山)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소나무 보호 정책은 현재까지도 한국 경관 문화와 정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셉 실리(Joseph Seeley)는 일본 제국이 한중 국경에 놓인 압록강에 수풍댐을 건설함으로써 야기된 수생태계의 변화와 기술 관료적 어업 정책, 그것의 탈식민적 유산을 분석한다(2장). 수풍댐은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수력발전 프로젝트로, 댐이 건설되면서 수많은 사람이 이주하고, 압록강의 토착종인 빙어의 서식지가 파괴되었다. 하지만 일본 식민당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댐 건설로 형성된 저수지에 대규모 양식장을 만들어 식량 공급원으로 삼고자 했다. 일본 제국이 압록강에서 벌인 이러한 공학적 시도는 식민지 시기 이후 식량 문제를 개선하고자 했던 북한과 중국의 양식업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계승되었고, 저자는 이를 “어업 개발주의”(piscatorial developmentalism)라 칭하며 체제 변화 속에서도 지속되는 자원 개발 논리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2부 “위기와 대응”은 소빙하기 한파, 폐기물, 기근 등, 사회ㆍ환경적 위기 가운데 조선과 남북한이 어떤 물질적, 제도적 변화를 추구하며 이에 대응했는지를 소개한다. 임수아(Sooa Im McCormick)는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소빙하기 한파가 조선의 예술 작품의 시각ㆍ물질 문화에 미친 영향을 독창적으로 해석한다(3장). 기존 미술사학자들은 조선백자의 절제된 미학이나 지배 계층에게 비단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 검약 정책이 성리학적 사상에 기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는 도덕적ㆍ이데올로기적 선택에 앞서 한파와 기근, 그로 인한 재정 파탄에 대응하고자 한 “절약의 정치”(politics of frugality)의 산물이었다. 거시적인 기후사(climate history)는 종종 기후 결정론적 함의로 비판받기도 하며2, 본 장도 그러한 비판을 받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장은 환경사, 사상사 및 미술사의 교차점에서 조선시대 미학에 대해 기존과 다른 해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박효진(Hyojin Pak)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서울시의 매립지였던 난지도 사례를 통해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 근대화의 이면으로, 폐기물의 축적과 도시 빈민 문제를 보여준다(4장). 난지도 매립지는 서울의 도시 환경 관리를 위해 폐기물을 한곳에 모으는 공간이었음과 동시에, 도시 빈민과 넝마주이에게는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노동의 현장이기도 했다. 1990년대 안정화와 복원 절차를 통해 난지도는 중산층적 삶을 제공하는 생태공원으로 변모하게 되는데, 저자는 도시의 청결함과 쾌적함이 과거의 폐기물과 그에 연관된 노동자에 대한 기억을 폐기함으로써 망각 위에 세워졌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다음으로 에바 에릭손 포르티에(Ewa Eriksson Fortier)와 김수지(Suzy Kim)는 북한의 자연재해 및 식량 위기에 적응하고자 한 노력 및 한계를 서술한다(5장). 북한은 1960-1980년대 중공업의 발전, 농약 및 화학 비료 사용 등이 초래한 환경적 부작용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1986년 환경 보호법을 제정했다. 또한 1990년대 중반에는 홍수와 가뭄으로 인한 식량난,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국제 원조에 기대고자 했다. 저자들은 환경 위기를 사회와 체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온 북한이 국제 원조 하에 현지 공동체 기반의 회복력을 구축하고자 노력한 점, 그리고 비록 핵무기 개발로 국제적 제재를 받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북한의 대응이 지금까지 개발주의와 인도주의 사이에 갇혀 있었다며, 앞으로의 환경 위기를 헤쳐 나가려면 단기적 경제성장과 국제 원조가 아닌 장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3부 “강탈의 과정”은 한국의 소비문화, 특히 육류 소비와 공장식 축산의 증가를 뜻하는 “육식화”(meatification)가 초래한 강탈의 풍경을 다룬다. 엔더스 릴 밀러(Anders Riel Muller)는 토지 이용이 쌀농사 중심의 한국을 육식화해 나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6장). 밀러에 따르면 육식화를 가능하게 한 핵심적인 조건은 1980년대부터 옥수수, 밀 등 곡물용 사료를 수입함으로써 사료 생산을 위한 토지 이용을 줄이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자국의 축산업을 지키는 일을 목표로 했던 농업 정책이었다. 이후 한국 기업은 무역 자유화에 따라 캄보디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해외에 단일 경작 농장을 갖춰 곡물용 사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현지의 토지 박탈과 환경 파괴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한국의 농촌 풍경과 경제가 환경 부하를 해외로 외부화(externalization)해 온 사실에 빚지고 있음을 꼬집는다.
린지 S. R. 졸리벳(Lindsay S. R. Jolivette)은 육식화에 대한 문제의식이 2000년대 한국의 좀비 영화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생태 비평적으로 분석한다(7장). 그는 “에코-좀비”(Eco-zombie)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 좀비 영화에 나타난 좀비는 단순히 타인을 먹어 치우려는 괴물이 아니라 현대인의 과도한 육식 문화, 동물에 대한 폭력, 식품 안전에 대한 불안이 초래한 “생태적 처벌”(eco-punishment)임을 주장한다. 이는 생태적 재난을 “자연의 복수”(revenge of nature)로 보는 관점인데, 제이슨 무어(Jason Moore)는 그러한 서사가 자연과 사회의 분리를 공고히 하고, 자연을 변형시키고 재앙을 초래한 자본주의의 역사적 과정에 대한 분석을 약화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3 또한 비판적 재난 연구가 제안하듯, 재난의 실제적인 위협과 위험에 대한 상상은 어떤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되는지, 책임과 취약성은 어떻게 불공평하게 분배되는지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4 하지만 저자의 생태 비평 속 인간, 동물, 자연의 관계는 인간이 지배적인 우위를 차지하다가 역전되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러한 논의가 좀비라는 종말론적 상상력을 통해 육식화를 비판한 영화들의 의의를 깎을 수는 없겠지만, 서사와 비평의 깊이를 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4부 “생명을 되찾기”는 인간의 자연 착취를 다룬 3부의 장들과 달리, 환경과 다른 생명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구현하고자 한 환경주의의 사례를 분석한다. 백연재(Yonjae Paik)는 자본주의적 농업에 대항하여 1970-80년대에 시작된 한국의 유기농업 운동, 한살림의 역사를 추적한다(8장). 정농회에서 한살림 조합으로 이어진 유기농업 운동은 산업화 시기 자본주의적 국가와 시장의 중앙화된 식량 생산 시스템에 반대하며 시작되었다. 또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도시-농촌의 유기적인 공동체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공간을 창출하고자 했던 의의가 있다. 저자는 비록 1990년대 이후 유기농업도 상업화의 흐름을 겪으면서 사회 운동의 성격은 약화했지만, 식량 생산과 소비의 대안적인 방안을 찾기 위한 유기농업의 시도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신정수(Jeongsu Shin)는 민족지 연구를 통해 제주도의 수풀이 우거진 야생 숲을 뜻하는 ‘곶자왈’을 둘러싼 담론 형성 과정을 분석한다(9장). 저자는 1990년대에야 제주어 사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곶자왈의 어원을 추적하며, 이전 세대 토착민들의 목초지였던 땅이 버려지고 양치식물, 덤불이 자라난 숲으로 변해 온 역사적 과정, 곶자왈을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알린 과학적 조사, 지역 환경운동가들을 통해 “제주다운” 경관이자 제주도의 회복력 및 자본주의적 개발에 반대하는 희망의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 과정을 정치하게 엮어낸다. 이를 통해 저자는 곶자왈 같은 야생 개념이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의미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자연적 경관”(social-natural landscape)으로서 다양한 인간, 비인간의 참여를 통해 형성된 것임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김난(Nan Kim)은 2016년 원자력 발전소 소재지인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 증폭된 원자력 에너지 논쟁을 다룬다(10장). 저자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하는 기술 관료적 입장이 수만 년에 걸친 방사능의 시간성과 관리 방식을 협상하고 결정하는 정치의 시간성 사이의 불일치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저자는 인간중심적 민주주의 개념을 넘어서 다른 생명의 가치와 미래 세대의 권리를 포함하는 “생태 민주주의”(ecological democracy)로의 도전을 주장한다.
이처럼 본서는 제국, 재난과 환경 문제, 문화 및 사회 운동 등을 주제로 한국의 환경에 얽힌 흥미로운 사례들을 전달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본서의 문제의식이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환경사 및 환경사회학 연구는 지난 30여 년 동안 환경을 화두로 한국의 역사와 사회,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 왔기 때문이다.5 이러한 학문의 흐름 위에 선 이들에게는 본서의 부제가 약속한 새로운 관점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환경을 다루는 다양한 학제(환경사, 예술사, 생태 비평, 인류학 등)와 방법론적인 접근을 한 권에 담으려고 보니, 전체를 아우르는 주장의 깊이는 얕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지 짐작해 본다.
그럼에도 본서는 “지리적 서론”에서 지도 자료와 함께 한국의 지리를 친절하게 설명할 정도로 한국의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들에게 입문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책이다. 나아가 앨버트 박과 엘리나 김이 맺음말에서 제안한 후속 연구를 위한 두 가지 틀은 환경에 관한 연구 관심을 북돋워 준다. 하나는 “일상의 생태학”(everyday ecologies)으로 거대한 재난이나 추상적인 담론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환경과 관련한 일상적인 상호작용과 의미 형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매개의 체계”(systems of mediation)로 인간과 비인간 관계를 이어주는 물질적, 이데올로기적 매개물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러한 매개물로 자본주의, 종교, 과학과 기술을 제시한다.
저자들의 제안은 국가 수준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사, STS 연구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서는 수산 과학(2장), 폐기물 관리(4장), 지리 조사(9장), 원자력 기술(5, 10장) 등 남북한의 과학기술이 환경, 권력 관계를 매개하며 어떤 풍경을 만들어냈는지를 잘 그려냈다. 남북한이 개발과 환경 관리의 도구로 삼아 온 과학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의식과 행위 영역에서, 또한 경제, 문화, 비인간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환경을 형성해 가고 있는지 탐구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맺음말에서 밝히듯 “환경의 모든 부분은 모든 유형의 시스템과 그것이 받는 영향의 전모를 설명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189)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사와 STS, 환경사, 환경사회학 등의 접점에서 많은 논의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복잡다단한 환경과 각종 과학기술 체계의 영향을 탐구하는 연구가 더 활발해진다면 새로운 관점의 깊이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