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d Bolman, Lab Dog: What Global Science Owes American Beagle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25), 384 pp.
1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서평 대상: Brad Bolman, Lab Dog: What Global Science Owes American Beagles,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25, 384
비글은 어떻게 실험실 개가 되었는가? 브래드 볼만(Brad Bolman)의 책 『실험실 개: 글로벌 과학이 미국 비글에게 빚진 것(Lab Dog: What Global Science Owes American Beagles)』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비글이라는 특정한 종이 어떻게 실험실에서 쓰이는 동물로 표준화되어 현대 생명과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흔히 실험실에서 쓰이는 비글을 역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면, 어떻게 비글이 과학자 사회 내부에서 과학 지식을 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로서 안착할 수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거나, 혹은 반대로 비글을 실험동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인 논의를 상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볼만이 하는 작업은 이 둘 중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다. 저자는 실험실 동물로서의 비글을 단순히 과학적 도구 혹은 윤리적 논의의 대상으로 환원하지 않고, 비글이 현대 과학의 형성 과정 자체를 구성한 적극적 행위자였음을 주장하며, 이러한 비글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과학자들뿐 아니라 기업, 운동가 집단, 그리고 정부까지 다양한 행위자와 비글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를 상세히 다룬다. 이 지점에서 『실험실 개』는 실험실 동물에 대한 역사, 생의학의 역사, 또 정치사의 교차 지점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이 교차점에서 비글을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저자의 주장은 비글을 기존에 사용하던 모델 생물(model organism)이 아닌 새로운 개념, “대리자(proxy)”(9)로서 조명하는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는 모델 생물이라는 단어가 “유기체를 실험용 또는 실험실용 생명체로 만들기 위해 수반되는 상호작용, 조작, 표현과 같은 복잡한 작업의 상당 부분을 가려버린다”라고 말하며, 모델 생물 대신 “통제된 실험의 세계와 혼란스러운 현실 세계 사이의 가교이자 중개자 역할을 하는”(240) 대리자라는 개념을 통해서 비글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모델 생물이라는 말이 함축하는 바는 그것이 인간, 특히 과학자 사회 내부에서 인간들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특정한 지식을 얻기 위한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것인데, 저자는 역사적으로 비글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관계였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볼만의 주장은 내용뿐 아니라 책의 전개 방식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저자는 어떻게 특정한 실험실 내에서, 혹은 특정한 과학적 개념을 위해서 비글이라는 종이 실험실 동물로 만들어지는지를 단일한 서사를 따라가며 다루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비글과 인간이 어떻게 역사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를 형성하는지, 또 그 관계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탐색한다. 저자는 이러한 방법론을 마치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니는 비글의 행동에 비유하여 “비글링(beagling)”(16)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글은 대명사로서 “비글(the Beagle)”이 아닌 복수의 “비글들(beagles)”(4)로 다뤄진다. 첫 장에서 다뤄지는 비글은 미국의 비글로, 영국에서 유래한 비글이 어떻게 미국에서 재구성되어 미국 비글로 재탄생하는지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육 클럽, 도그쇼, 그리고 점점 제도화되는 품종 표준이었는데, 이러한 표준화는 단순히 외형적 특징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개와 나쁜 개를 구분하는 생물학적 기준인 동시에 도덕적인 기준 또한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는 비글을 변화시키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우생학의 관점에서 개 품종 개량의 논리가 인간 집단에도 적용될 수 있는 모델로 간주되었고, 과학자와 사육자들은 개의 번식과 인간의 사회적 개선을 동일한 논리로 사고했다. 가령, 찰스 스토카드(Charles Stockard)와 같은 연구자들은 개를 통해 유전, 발달, 그리고 정상성을 연구하고, 나아가 인간 집단에 대한 우생학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고자 했는데, 이러한 지점은 비글을 표준화시키는 과정이 동시에 인간을 표준화시키는 과정으로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2장은 이후 냉전 시기 비글이 어떻게 생물학적 장치로서 재편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이 시기 비글은 단순한 실험동물이 아니라 방사선, 독성, 그리고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가늠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특히 미국 원자력위원회(Atomic Energy Commission, AEC)와 군사 연구기관들은 비글을 이용해 방사선 노출 실험을 수행했는데, 이때 비글은 인간의 대리적 신체로서 기능하여 방사선 물질을 흡입하거나 섭취하도록 강제되었고 그 결과는 인간의 핵전쟁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 서사는 그저 비글을 안전 실험 도구로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비글을 이용한 실험은 단순한 과학적 탐구가 아니라 냉전 정치의 일부로 기능했는데, 핵무기 개발과 방어 전략은 인간 실험이 불가능한 영역이었기 때문에 사육과 선택을 통해 표준화된 비글은 실험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그 공백을 메우는 존재로 재구성되었다. 또한, 이를 위해 비글은 생물학적 상품으로 대량 생산되어 안정적으로 연구소에 공급되었는데, 비글의 상품화는 자연에서 포획되는 존재에서 산업적으로 생산되는 존재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때의 비글은 과학, 군사, 산업이 결합된 복합적인 연결망 속에서 인간 사회의 위험을 측정하는 상품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냉전 정치를 재구성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비글은 정치를 재구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명과 시간에 대한 개념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는데, 3장은 실험실에서 특정한 시간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서 비글을 다루면서, 비글과 함께하는 실험적 실천이 바꾸어 놓은 생명과 시간의 의미를 보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비글의 삶이 자연의 흐름을 벗어나 약물 측정에 사용되기 위해 통제 가능한 변수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모델링이 도입되었고, 비글의 생리적 데이터는 수치화되어 모델로 변환되며 결국 비글의 삶은 연속적인 경험이 아닌 분절된 데이터로 재구성되며, 추상화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재현된다. 그런데, 이러한 비글의 추상화는 비글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비글로부터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 또한 개별적 경험이 아닌 통계적 패턴과 계산 가능한 변수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는 결국 비글을 추상화하는 과정이 동시에 인간의 시간과 생명 또한 추상화하는 것으로 이어졌음을 보인다.
각 장들의 내용은 이처럼 과학, 정치, 경제와 같은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비글이 변화하는 모습과, 동시에 비글을 다루는 과정 속에서 인간 역시 재구성되었음을 보인다. 물론 이 서사 자체는 흥미롭다고 볼 수 있지만,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 사회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의 명확하지 않은 구분, 그리고 과학 지식의 생산에 있어 실험기기나 시설과 같은 물질적인 요소가 외부적인 환경으로서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등은 과학사에서 이미 많이 다뤄졌던 주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칫 이 책은 기존의 주제를 비글이라는 사례를 통해서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가령, 저자가 모델 생물이라는 단어를 대리자라는 단어로 교체하면서 했던 작업은 용어만 바꾼 것일 뿐, 기존의 모델 생물에 대한 연구들이 다루던 구성주의적인 관점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비글과 인간의 서사를 돌봄(care)이라는 주제로 엮어내는 데 있다. 비글과 인간의 관계를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구성적으로 보는 관점은 저자가 돌봄이 “실험용 동물의 도살을 통제하는 노력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이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뒷받침하기도 한다”(15)고 말하는 대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저자에게 있어서 돌봄은 단순히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니라, 비글과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양가적인 기능을 하는 요소로서 역사적 분석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4장과 5장인데, 우선 4장에서는 비글이 인간의 감정, 환경, 그리고 생활 방식을 연구하는 데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보인다. 가령, 흡연 연구에 있어서 비글은 담배 연기를 흡입하도록 훈련되고 이를 통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는데, 이러한 실험은 단순한 독성 연구를 넘어 인간의 생활 방식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은 비글이 과연 흡연을 원해서 계속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만약 비글이 자발적으로 흡연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흡연에 있어서 생물학적 의존보다는 사회문화적 성격이 더 크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이 실험 자체도 쾌감, 습관, 의존, 자기조절 등이 결합된 행동으로서의 흡연이 아닌 연기 노출 연구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미 있는 실험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비글을 통제하지 않고 비글의 자발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즉, 비글의 행동이 단순히 강압의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의 발현의 결과로서 만들 수 있게 과학자들과 함께 협동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실험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은 단순히 인간이 비글을 도구로서 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돌봄을 통한 비글과 인간의 협동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5장은 현대 생명과학, 가령 노화, 인지 기능, 그리고 제약 산업과의 관계 속에서 재정의되는 비글을 다룬다. 특히 알츠하이머에 대한 연구에서 비글은 중요한 모델로 사용되는데, 연구자들은 비글의 인지 기능 저하를 인간의 질병과 비교하며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하며, 이 과정에서 비글은 단순한 실험 동물이 아닌 인간과 유사한 정신적 특성을 가진 존재로 이해된다. 여기서 “동반자 과학(companion science)”(229)이라는 개념이 제시되는데, 이는 비글을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 탐구 과정 속에서 인간과 관계 맺는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결국, 비글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돌봄은 단순히 인간이 비글을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비글을 대하는 방식 속에서 인간 역시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실험실 개』는 실험실에서 모델로 사용되었던, 그리고 사용되고 있는 비글을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닌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존재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실험실 생물에 대한 견해를 바꿔 놓았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사의 관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나아가 인간과 비글의 관계를 돌봄의 맥락에 위치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저자는 “건강과 위험, 보살핌과 폭력, 가치와 상실 사이의 이러한 줄타기 같은 균형은 비인간 유기체와의 과학적 관계를 규정한다. 동물 실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사회 질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254)고 말하며 끝마치는데, 이는 비록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그의 주장과 방법론을 한눈에 유추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개념들을 탁월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이 책이 과학사, 그리고 인접한 과학기술학(Science Technology Studies, STS)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있어 귀중한 학술적 자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감사의 글
서평 작성 기회를 주신 박서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